그 사람이 웃는 걸 보고, 나도 웃었다
사랑알이를 시작한 사람에게
작은 싹, 마음의 움틈
그 사람이 사랑알이를 하고 있다니, 마치 작은 씨앗이 봄비에 젖어 처음 움트는 순간 같다. 사랑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한 편의 동화처럼 조용히 찾아온다. 언제부터였을까. 어쩌면 처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그저 살아가고 있었고,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의 눈길 하나, 웃음 한 조각이 햇살처럼 마음속에 내려앉았을 것이다.
꽃봉오리, 피어나는 감정
사랑은 자각하는 순간 이미 시작되어 버린 감정이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상대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마음이 환히 밝아지는 것. 그 사람의 마음도 아마 이제 막 깨어난 꽃봉오리처럼 조심스럽게 피어날 것이다.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감정의 깊은 층에서 올라온 따뜻한 떨림, 햇살을 따라, 바람을 따라, 어느새 세상의 모든 풍경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그 사람에게는 일상의 소소한 장면들—버스 창밖 풍경, 스쳐가는 목소리—그 모든 것이 가슴을 두드리는 비밀이 된다. 사랑은 그렇게, 그 사람의 마음속에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자리를 잡는다.
시인이 말하는 '좋아함'의 힘
이런 감정 앞에서 떠오르는 글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산문에서, 그는 말한다. "좋아하는 것은 원초적 끌림이며, 생명의 원동력이다. " 좋아한다는 감정은 기쁨과 성공의 씨앗이자, 자존감의 근원"이 된다고 그는 썼다. 잘하는 일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일이지만, 좋아하는 일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랑 역시 그런 것이다. 밖으로 드러나는 성취 이전에,먼저 나 자신의 눈길이 닿는 자리에서부터 피어나는 감정이다.
정현종 시인은 그의 시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에서 사랑은 삶의 본질이며,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 말한다.
또한 김용택 시인은 <그 여자네 집>이라는 시에서 감꽃처럼 피고 지는 마음을 노래했다. 사랑은 감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하나의 '살아 있음'의 방식이다.
내 안에도 피어나는 향기
그 사람이 품은 사랑이 아름답게 꽃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랑알이를 지켜보는 나에게도, 따뜻한 향기가 번진다. 사랑이 꼭 내 것이 아니어도 좋다. 누군가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세상이 더 따뜻해질 수 있다는 걸 안다. 사랑은 우리 삶을 관통하는 가장 원초적이고 강력한 끌림이다. 그 끌림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우리를 더 깊은 자신으로 이끌어준다. 사랑은 '나'를 잊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다시 만나게 되는 길. 그 사람이 지금 사랑알이를 하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 어딘가에서도, 그 사랑은 조용히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