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혼란한 세상 속, 조용히 마음에 자리 잡은 인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라는 막연한 긍정과 낙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국내외 정치, 경제, 심지어 날씨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 세상이 말세인지 모르지만, 난세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사이 우리는 첫 만남을 시작했다. 설렘과 누군가의 하루가 궁금해짐은 어느새 소중한 사람이 되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여겼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대화, 표정, 말끝에 묻어 있던 따뜻한 기운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세상의 혼란과는 달리, 그 만남만은 조용히 내 안에 안착했다.
사소한 안부가 마음을 물들이는 순간
처음에는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전부였다. 별 의미 없이 시작된 말들이 오고 가는 사이,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순간이 되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덩달아 웃게 되었고, 그 사람이 조용하면 왠지 마음이 쓰였다.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만남은 예고 없이 다가왔고, 관계는 느리지만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그저 지나가는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이제 조금씩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있었다.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 마음의 결로 이어지다
인연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빨간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지금의 우리는, 어쩌면 그런 인연일까.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그 만남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내심 걱정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멀어지지 않을까, 낯섦이 다시 고개를 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가까워졌다.
생각의 결이 닮아 있었고, 좋아하는 주제와 말의 속도도 어쩐지 나와 비슷했다. 공통점은 곧 동질감을 불러일으켰고, 함께 하는 모임을 꾸리게 되면서 우리는 더욱 자주, 더욱 깊이 마주하게 되었다. 글을 통해 나누는 마음은 말보다 더 진심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나는 그 진심이 관계라는 이름의 씨앗이 되어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자라나기를 바라고 있다.
끝이 두려워도, 진심은 지금 여기에 머문다
가끔은 생각한다. 짧은 만남으로 인해 그 사람이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지는 않을까. 혹은 이 인연이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쓸쓸해지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소중한 사람과 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관계란 언젠가 끝이 있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진심이 머무는 공간이기에. 나는 오늘도 그 소중한 인연 아래에서 작은 따뜻함을 배우고, 글로 그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