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여행길에서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그와 나는 무엇을 나누고, 어떤 생각을 공유하게 될까?
실제 여행이 낯선 지역과 문화, 음식의 만남으로 채워진다면,
삶의 여행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 깊은 사유와 감정의 교류를 동반한다.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고, 설렘만큼이나 조심스러운 고려가 뒤따른다.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물음은 늘 마음 한켠에서 조용히 머무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사랑의 감정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무게와 깊이를 다르게 받아들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설렘보다는 진심을, 순간의 뜨거움보다는 긴 여운을 바라게 된다.
함께 나이 들 수 있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사람,
그런 이와의 만남은 더디게 오지만, 오히려 더 소중하다.
삶의 후반부에서 만나는 사랑은
앞서 지나온 시간들을 이해하고,
남은 시간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묵직한 인연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만남을 기다리는가.
화려한 언변도, 완벽한 조건도 바라지 않는다.
다만, 진심으로 귀 기울여주는 사람,
내 이야기에 눈을 맞추고, 때론 침묵으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
함께 걷는 길에서 같은 속도로 숨을 고를 수 있는 사람.
그런 이와의 만남은
삶의 굴곡을 고요히 어루만지는 듯한 위로가 될 것이다.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감싸 안고,
지난 시간을 존중하며 오늘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따뜻한 연결을 꿈꾼다.
비록 늦은 계절에 찾아온 인연일지라도,
그 사랑은 여전히 봄처럼 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 안을 다듬는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따뜻하게 껴안을 줄 알아야 하기에.
외로움을 탓하지 않고, 고요를 친구 삼으며,
삶의 굴곡조차 내 이야기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찰하고, 비워내고, 채워가며
나는 ‘누군가에게 머물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아간다.
만남은 때로 우연처럼 오지만,
그 우연을 인연으로 만드는 건
결국 나의 준비된 마음일 것이다.
늦은 사랑이라 해도, 아니 오히려 늦게 피어난 사랑이기에
더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릴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삶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그 사람과 마주 앉아 조용히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걸어온 길 위에서 가장 따뜻한 쉼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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