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련, 연못을 뒤흔든 사랑》
중년 이후, 다시 피어난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잠들었던 꽃이 깨어나다
지난해 11월, 가을의 끝자락.
나는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에 나갔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삶, 보험 고객과의 상담, 혼잣말 같은 집안의 정적.
그날의 모임도 처음엔 그저 그런 하루일 뿐이었다.
우리는 몇 개의 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우연히 그와 같은 조가 되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그는 말을 아꼈고, 나도 거리낌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사이에 작은 균열이 생기듯 의견이 맞아떨어졌고,
나는 그 사람의 말과 시선에 자꾸만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모임과 별개로 나는 그의 글쓰기 강의에 참여했다.
‘에세이를 쓰는 법’이었지만,
나는 차라리 그의 생각을 더 알고 싶었다고, 이제 와 고백한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그를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았으니까.
미친 듯이, 그러나 조용히 사랑에 빠지다
그와의 만남은 점점 늘어갔다.
강의가 끝나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고,
카페에서 마주한 그 사람의 눈빛은
묘하게 사람을 들뜨게 하는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쉰을 훌쩍 넘긴 여자다.
20년 가까이 남자와 감정적 교류 없이 살아왔고,
그런 삶에 익숙해진 줄 알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사람 앞에서는 내가 ‘여자’가 되는 느낌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문자 한 통에 온종일 미소 짓고,
그가 전한 한 문장에 밤잠을 설쳤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고,
오래 잠자던 내 안의 꽃봉오리가 서서히 열리는 걸 느꼈다.
나를 흔드는 사랑 앞에서
이 사랑은,
너무 늦게 시작된 것 같아 두렵다.
내가 지금 이토록 설레는 게,
그저 외로움 때문은 아닐까 자문해본다.
하지만 아니다.
그는 나에게 존재를 흔드는 감정의 지진이다.
단순한 외로움의 틈이 아니라,
그의 말과 손짓, 생각하는 방식 하나하나가
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어떤 날은 이 사랑이 미친 짓 같다.
어떤 날은 이 사랑 때문에 내가 다시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그 어느 날보다 진짜로 살아있는 기분.
나는 지금 ‘사랑에 미친 여자’가 되어버렸다.
연못 위에 떠오른 새로운 꿈
우리는 아직 '사랑한다'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의 미래에 함께 있다.
10년 후, 도심을 떠나
작은 바닷가 마을에 자리를 잡을 것이다.
그는 원두를 볶고, 나는 커피를 내린다.
손님에게는 따뜻한 미소와 함께 커피를,
지인들에게는 바다 냄새 가득한 매운탕을 대접한다.
나는 취미로 가죽공예를 하고,
조용한 낮에는 글을 쓴다.
우리의 작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 질 무렵엔 서로의 하루를 웃으며 이야기한다.
이 모든 상상 속에 그가 있고, 내가 있다.
미친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은 나를 다시 꽃피게 했다.
나는 신수련.
진흙 속에서도 다시 피어난 연꽃처럼,
오늘도 조용히 그를 향해 피어오른다.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친 사랑 3 (1) | 2025.04.30 |
---|---|
미친 사랑 2 (0) | 2025.04.30 |
그 사람이 웃는 걸 보고, 나도 웃었다 (2) | 2025.04.09 |
너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그곳에 있다 (0) | 2025.04.08 |
관계가 깊어지는 순간 (1) | 2025.04.07 |